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눈이 떠질때쯤 일어나서 바로 모슬포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버스로 서귀포 시내까지 이동해야했기에 모슬포에서 점심을 먹지 않으면 너무 배가 고파질 것 같았다. 점심은 돈지식당에서 갈치국을 먹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갈치국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음식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었다. 매울지 아니면 맑은 국물일지, 자작하게 끓인 건지 아닌지 등등.. 여튼 무슨 음식일까 기대하고 받은 갈치국은 첫 끼니로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느낌이었다.
맑은 국물과 갈치는 부담스럽지 않게 매우 맛있었다.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아직 잠에서 덜 깬 상태였지만, 속을 깨워주는 맛에 금세 밥까지 말아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식당 근처에 있던 평이 괜찮은 멘도롱 카페에 가기로 하였다. 시나몬 롤이나 코코넛 케잌 등이 맛있다는 평이었기 때문에 그 둘과 모처럼 제주도에 온 만큼 말차라떼를 주문했다.
카페의 음식중에선 코코넛 케잌이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코코넛이라 하면 소위 '걸레 빤 물'이라 불리는 모 음료수의 영향으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이 코코넛 케잌은 그런 코코넛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을 잘 잡아낸 것 같아서 맛있게 먹었다.
후식까지 야무지게 맛있게 먹고 버스를 타고 서귀포 시내로 이동하여 먼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천지연폭포로 이동했다. 시내하고 바로 붙어있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의 돌하르방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돌하르방이 서있는 다리를 지나 친구들과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천지연폭포에 도착했다. 사실 폭포라 하면 이과수 폭포같은 무지막지하게 큰 폭포를 떠올렸었기 때문에 첫 감상은 생각보다 소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가만히 서서 감상하다보니 주변 풍광과 적절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왜 천지연폭포가 유명 관광지가 되었는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를 보고 돌아나오는 길에 왠지 이거 하나만 보고 돌아가기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지도를 보니 천지연폭포에서 새연교를 넘어가면 새섬공원이라는 곳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정에 없던 곳이기도 하고 딱히 유명한 곳도 아닌 것 같아 가는게 맞나 싶긴 했지만, 저녁 때가 아직 이르기도 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위에 보이는 새연교를 지나면 새섬공원에 닿을 수 있다. 새섬공원은 한 바퀴를 쭉 돌며 천천히 산책할 수 있는 작은 섬이었다. 대단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 소박하게 산책을 즐기기에는 참 좋은 곳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까지 즐기고 나니 슬슬 시장기도 돌고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목적지인 맨도롱 해장국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 했지만 택시가 잡히지 않아 걸어가기로 했다. 사실 걸어도 1키로 좀 넘는 거리였기에 충분히 주변 경치를 즐기며 걷다보니 어느새 해장국집에 도착했다. 해장국집에선 제주도의 전통 음식인 몸국과 갱이국을 먹기로 하였다.
왼쪽이 몸국, 오른쪽이 갱이국이었다. 갱이국은 조개미역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고, 몸국은 시래기국이 극한으로 진화하면 이런맛이 될까 하는 느낌이었다. 같이 간 친구 4명 모두 몸국이 정말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물론 내게도 정말 맛있었기에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배만 허락한다면 한 그릇 더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결국 다음 날 아침에도 다시 몸국을 먹으러 해장국집에 들렀다).
저녁을 정말 맛있게 먹고는 시내에서 조금 놀다가 야식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정리해놓고 보면 많은 것을 한건 아니었지만, 나름 알차고 재밌는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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