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3대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여러가지 3대 **가 있지만, 일본인과 온천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이니만큼, 일본인들은 온천에도 순위를 매겨 3대 온천을 꼽는다. 사람마다 조금씩 의견은 갈리지만 보통은 아리마 온천, 게로 온천,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구사츠 온천을 일본의 3대 온천으로 꼽는다. 시골 촌구석 교통 오지에 있지만, 온천물 하나만으로 3대 온천이라 불리게 된 구사츠 온천에 대하여 소개해보고자 한다.
구사츠 온천은 pH 1.7의 강산성 유황온천으로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으로도 몸의 각질이 녹아버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잘못해서 온천물이 입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입 안에서 계속해서 신맛이 감도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원천의 온도는 90도 이상으로,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온천수를 식혀야만한다. 이를 위해서 구사츠에서는 인위적으로 온천수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 아닌, 온천수가 밖에서 흐르게 놔두어 물이 자연스럽게 식도록 한다. 이를 위하여 유바타케라는 시설이 마을 중앙에 있다. 이렇게 식은 물이 각 업장으로 공급되는것이다.
좋은 온천을 가르는 하나의 척도가 되는 가케나가시또한 구사츠 온천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가케나가시 방식이란 탕 안으로 원천을 그대로 계속 들여보내고 넘치게 되는 물은 밖으로 흘러나가게 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방식은 흘러나온 온천수를 소독하여 다시 온천 안으로 들여보내는 순환식이다. 순환식의 단점은 소독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천 고유의 향과 느낌이 옅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풍부한 용출량을 바탕으로 하는 구사츠 온천은 가케나가시 방식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을 욕탕 안으로 계속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물에서 원천 그대로의 유황 냄새와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구사츠 온천은 워낙 시골에 있기 때문에, 도쿄에서 구사츠 온천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것은 시간도 오래걸리고,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등 수고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구사츠를 굳이 가야하나 고민하던 중, 호텔 오오루리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 곳은 숙박비도 인당 6000엔정도로 저렴하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구사츠 온천을 오가는 천엔 왕복 송영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19년 2월 기준). 그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구사츠 온천에 갈 수 있게되었다.
구사츠 온천에서는 1600엔에 '산토메구리테가타'라는 것을 파는데, 구사츠 온천마을 내 3개의 목욕탕 사이노카와라 노천탕, 오타키노유, 고자노유를 한 번씩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티켓이다. 이 중 하나인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에 가기 위하여 호텔 온천탕으로 가서 먼저 몸을 씼었다(사이노카와라 노천탕에는 샤워 시설이 없기 때문에 각자 숙소에서 먼저 몸을 씼고 와야한다). 호텔 온천탕에 들어가니 정말 목욕탕 전체에서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하면서 내가 구사츠 온천에 와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먼저 몸을 씼고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을 가기위해 호텔을 나왔다. 호텔을 나오자마자 유황냄새가 풍겼다. 구사츠 온천마을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마을 전체에 유황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희미하게 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마을 전체에서 유황냄새가 난다. 이 곳이 구사츠라는 것이구나라고 느끼며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을 가기 위해 사이노카와라 공원을 지나가게 되었다.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온천 순례 티켓을 구입하고, 수건도 하나 구입했다(수건은 각자 지참이 기본이며, 만약 없다면 노천탕 매표소에서 하나 구입할 수 있다). 탕 안에 들어가니 정말 이제껏 보지 못한 신세계가 펼쳐진 듯한 느낌이었다.
눈 덮인 산에 둘러싸인채로 탁 트인 넓은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있으니 마치 내가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평생 그렇게 있고 싶었지만, 무한정 몸을 담그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적당히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요구르트와 온센타마고(온천물을 이용해 삶은 계란)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한국인이라면 역시 목욕 후에 먹는 바나나맛우유의 맛을 최고로 치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도 온천욕 후에 우유를 마시는 것이 보편적인 것인지 온천들에는 보통 우유자판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필자는 보통 메이지 커피우유를 즐겨마신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처럼 구사츠에 왔으니 온만큼 제대로 즐겨보고자 요구르트와 온센타마고를 사먹게되었고, 딱 한입 먹는 순간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요구르트는 믿을 수 없을만큼 진했고, 삶은 계란도 정말 맛있었다. 이 요구르트때문에라도 구사츠를 한번 더 가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요구르트와 계란을 먹으며 좀 쉬다가 저녁은 호텔 석식을 먹었다(숙박비에 석식과 익일 조식이 포함되어있다). 그러고 온천 순례 티켓의 두 번째 목적지 오타키노유로 가기 위해 밤길을 나섰다.
오타키노유로 가기 위해 호텔에서 마을 중앙으로 내려오니 유바타케의 장관이 나를 맞이했다. 수십년 전으로 돌아간듯 한 마을의 분위기와 조명과 함께 웅장하게 펼쳐진 유비타케의 모습에 나와 친구는 오타키노유에 가기로 했던 것도 잊은 채 열심히 사진을 찍고 마을을 돌아다녔다. 몇십 분을 그러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오타키노유에 갔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목욕을 마쳤을 떄 느껴지는 그 특유의 노곤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 그대로 잠들었고, 다음날을 맞았다.
호텔 조식을 먹고 온천 순례 티켓의 마지막 목적지 고자노유로 향했다. 이곳에 가기 위해 마을 중심을 다시 지나게 되었는데, 해가 밝을 때 보는 유바타케의 모습은 또다른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마을의 모습을 잠시 감상하다가 고자노유로 가서 목욕을 하고 나왔다. 호텔 송영버스는 11시에 도쿄로 출발했기 때문에 목욕을 마치고 버스를 타러 서둘러 돌아가는 것으로 나의 짧은 구사츠 온천마을 여행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나도 일본에 꽤 여러번 가본 편에 속하지만, 아직 일본에 못가본 곳이 많기 때문에 한번 갔던 곳을 다시 가기는 뭔가 부담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구사츠 온천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꼭 다시한번 가서 제대로 요양을 즐기고 오고 싶은 그런 곳으로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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